멀쩡한 회사 1년 만에 망가뜨린 '기업사냥꾼'

입력 2017-11-17 18:17  

첨단 LBO 기법이라더니…'무자본 M&A' 후 자산 다 빼먹어

지분 70% 매입 매매확약서 쓰고 인수금 내기도 전에 경영권 획득
1년 만에 자산 151억→8억 추락

검찰 "담보제공형 LBO 방식, 인수 후 자금유출은 배임"



[ 황정환 기자 ] 돈 한푼 없이 사채로 기업을 인수해 수백억원을 빼돌린 기업사냥꾼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때문에 국내 최대 교량인 인천대교 설계에 참가할 정도로 건실하던 중견기업은 단 1년 만에 직원 월급조차 연체하는 부실 회사가 됐다. 차입매수(LBO) 방식의 인수합병(M&A)에 대해 배임죄 성립 여부를 놓고 벌어졌던 법적 논란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70억원에 인수해 130억원 빼돌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정대정)는 비상장회사를 인수한 뒤 자금을 빼돌려 개인 빚을 갚는 데 쓰는 등 13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토목설계 전문회사인 A사 박모 전 대표(51)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과 짜고 회삿돈을 빼돌리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 등으로 사채 중개업자 김모씨(45) 등 4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박 전 대표와 최모 전 대표(51)는 2015년 5월 A사의 모회사인 B사로부터 A사 지분 70%를 사들인다는 주식매매확약서를 쓰고 인수 전 A사의 경영진으로 취임했다. 인수금을 내기도 전에 기업 경영권을 취득한 셈이다. A사는 인천공항, 서부내륙고속도로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가할 정도로 업계에서 이름 있는 중견업체였다. 검찰 관계자는 “여기엔 업계 인맥이 두터운 두 사람이 경영을 잘 해줄 것이라는 B사 대주주의 ‘신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목적은 정상적인 경영에 있지 않았다. 대주주로서 경영에 참가하게 된 이들은 인수금 7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A사 명의의 예금을 담보로 55억원짜리 표지어음을 발행했다. 이어 표지어음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상환기일 1개월의 초단기 사채자금 55억원을 빌렸다. 15억원은 모회사인 B사 명의로 금융권에서 융통했다. 사들이려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빌린 자금을 이용해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LBO의 일종으로 무자본 M&A 세력이 흔히 쓰는 기법이다.

◆1년 만에 자산 151억원→8억원 ‘거덜’

LBO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은 ‘위법한 LBO’의 전형적 사례”로 판단했다. 피인수기업이 매수자를 대신해 채무담보를 설정해준 이른바 ‘담보제공형 LBO’여서다. LBO를 통해 피인수기업 자산이 유출됐는지, 담보 제공의 위험에 상응할 만한 대가가 제공됐는지 등이 불법성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인수금 대부분을 피인수회사 자산을 담보로 조달한 ‘담보제공형 LBO’란 점, 인수 이후 페이퍼컴퍼니로 회사 내 현금을 유출한 정황 등을 비춰볼 때 배임”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후 범행은 더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작년 2월 미리 세워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A사 자금 55억원을 빼돌려 고스란히 사채 차입금을 갚는 데 썼다. 심복인 남모씨(50)가 운영하는 회사와 허위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27억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자회사가 발행한 액면가 5000원에 불과한 상환우선주를 주당 100만원, 총 48억원에 회사가 인수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렇게 2년여간 빼돌린 금액만 총 130억원에 달했다. 결국 2015년 151억원에 달하던 현금성 자산은 1년 만에 8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건실한 비상장사가 기업사냥꾼들의 무자본 M&A 타깃이 돼 부실화된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인수 후 우회상장 등 주가 조작으로까지 이어졌을 개연성도 있다”고 했다.

■ LBO

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자금을 이용해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M&A 기업. 적은 자기자본으로 기업을 매입할 수 있어 불법적 M&A에 악용되기도 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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